오대산 월정사 뒤 선재길을 걸었다.
선재길과 어울려서 흘러가는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.
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린다.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.
돌맹이, 나뭇잎, 나뭇가지, 흙을 밟을 때마다 내 발바닥에 집중하게 되고 내 몸의 모든 감각이 살아났다.
7년 전인가,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걸어간 기억이 문득 난다.
까마득한 옛 기억이다.
걷다가 지금 내 모습은 나무와 같이 늙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강물과 함께 그저 흘러가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.
어디로 흘러가는가.
어느 순간 생각을 내려놓고 오대산 숲과 길과 하나가 되어 걷고 있었다.